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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면접교섭 (4) 유치원기와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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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임상모래놀이치료학회
댓글 0건 조회 944회 작성일 22-09-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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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면접교섭 (4) 유치원기와 명절 기사 관련이미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도 꼭 면접교섭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좋다고 임수희 부장판사는 말한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추석이 다가올수록 민희씨는 이혼한 전남편 지혜 아빠와 부딪힐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지혜 아빠 태준씨가 이번 추석에는 꼭 지혜를 보내 달라고 벌써 몇 번이나 문자를 보내왔거든요. 민희씨는 그 문자를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아팠지만, 아직 답장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섣불리 답을 했다가 혹시 싸움으로 번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죠.
 
민희씨와 태준씨는 작년 연말쯤 이혼을 했습니다. 그때 지혜는 불과 만 4세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지요. 민희씨와 태준씨는 남들이 보면 대체 왜 이혼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던 부부였어요. 사실 둘 사이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결혼 전부터도 하나씩 하나씩 불거졌지만, 둘 다 성격상 갈등을 드러내거나 싸우게 되는 상황은 회피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문제를 쌓아만 둘 뿐 풀지 못한 채 각자 속앓이를 하며 지내온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 결국 결혼하고 지혜를 낳아 다섯 살이 되도록, 둘 사이의 근본적인 골이 깊어져 이혼에 이르게 되기까지 갈등만 키운 꼴이 되었지요. 어쨌든 민희씨와 태준씨는 이혼도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조용히 끝냈습니다.
 
지혜가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어린 나이라는 데에, 태준씨는 선뜻 동의하면서 민희씨가 지혜의 양육자 겸 친권 행사자가 되는 것을 수용했습니다. 아직 어린 지혜에게 아빠가 따로 살게 되는 이유를 어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던 태준씨는 지혜가 클 때까지 이혼 사실은 말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민희씨도 그에 쉽게 동의를 했고요. 이혼으로 태준씨는 짐을 싸서 본가로 들어가고, 민희씨도 지혜와 함께 새로 살 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그와 함께 지혜가 새해에 만 5세로 유치원 진학까지 해야 하는 상황 등에 관해, 민희씨와 태준씨는 둘 다 일치해서 '지혜가 적응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분간은 서로 만나지 말고 안정될 때까지 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혼 후 곧 돌아온 설에는 그냥 민희씨가 친정에 지혜를 데리고 가서 지냈고, 그 후 몇 달이 그럭저럭 흘러가며 지혜가 유치원에도 적응하고 민희씨와 둘만의 생활에도 루틴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혜는 어느 날 갑자기 엄마와 둘이서만 살게 되었고, 그렇게 좋아하던 아빠와는 함께 살지 못한 채 아빠가 가끔, 아주 가끔 불쑥 만나러 오면 밖에서 잠깐 만나고 가버리는 사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태준씨도 이제 슬슬 추석이 다가오자 민희씨에게 '이번 추석에는 지혜를 보내 달라'고 문자로 요구를 하게 된 것이고, 민희씨로서는 갑자기 지혜를 보냈을 때 생길 일들에 대한 여러 걱정이 앞서서 본의 아니게 태준씨의 문자를 '읽씹'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자, 이러한 민희씨와 태준씨의 상황, 그들의 마음과 고민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중에는 많은 민희씨와 태준씨가 있고 이혼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녀 양육의 문제를 이 이상 잘 해 나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고요.
 
하지만 부모 이혼 당시 만 4세였다가 올해 만 5세가 된 지혜를 중심으로(child-centered approach) 생각해 보면, 현재 지혜의 상황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고 지혜에게 해롭거나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첫째로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아이는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 자기 자신에 대한 거취나 결정에 대해 그 자신이 알 권리가 있습니다. 지혜가 만 4세가 아니라 설령 더 어린 만 2~3세라 하더라도 말을 들을 줄 알고 할 줄 아는 이상, 그 눈높이에 맞게 부모의 이혼 상황과 이후 자신의 거취 등의 상황에 관해 설명해 줘야 합니다. 또한,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말해 준다고 어린 애가 뭐 알겠느냐고요? 아닙니다, 다 알아듣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더 먼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가사재판을 하면서 만난 한 아이가 있었는데 만 5세 정도 여자아이였어요. 부모들이 양육자와 친권자를 놓고 다투고 있었기 때문에 판사로서 아이를 직접 한번 보겠다고 법원 면접교섭실에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부모들은 '우리 애는 우리 이혼 사실을 모른다 , 알려 줄 생각도 없다, 우리는 아이에게만큼은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집에서는 일체 이혼의 '이'자로 꺼내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고 있다, 절대 아이를 법원 같은 곳에 데려올 수 없다'며 반발을 했습니다.
 
그 부모들을 겨우 달래서 이혼 얘기는 안 꺼내고 단지 양육자 평가만 해 보겠다고 아이를 데려오게 해서, 법원 면접교섭실에서 아동상담위원과 함께 그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부모들이 그렇게 소중히 아이를 지키고 싶어 했던 만큼 아이가 밝게 잘 자라고 있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만, 이야기가 깊어지자 그 아이는 제게 대뜸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인제, 이혼? 그거 하는 거예요? 그거 때문에 여기 온 거죠? 근데 제가 그거 알고 있다는 거 울 엄마, 아빠는 모르니까, 제가 알고 있다는 거를 울 엄마, 아빠한테는 비밀로 해 주세요!"
 
그 이유를 묻는 제게 그 아이는, '자기가 엄마, 아빠 이혼한다는 거 알고 있다는 걸 알면 엄마, 아빠가 속상할 거 같아서'라고 하더군요. 너무나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대체 누가 부모고 누가 자녀인지,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맞지만 방법이 옳지 않을 때, 부모를 더 사랑하는 아이는 그 여린 마음에 미성숙한 부모 몫까지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유아기(학령전기) 아이들도 이렇게 부모의 갈등과 이혼에 대해서 이미 느끼고 눈치채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는 이런 저런 걱정들을 합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 어떡하지? 이혼하고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비현실적이라도 이런 걱정 많이 합니다) 아빠가(혹은 엄마가) 나를 안 보러 오면 어떡하지?
 
상상을 하지만 현실과 섞이고 아직 표현이나 감정의 조절이 어려운 연령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이나 심리적 문제가 생겨도 겉으로 언어적으로 명료하게 표출되기 어렵고, 때론 신체화 증상(예, 이유 없이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거나)이 생기거나, 퇴행(예, 갑자기 대소변을 못가리게 되거나 아기처럼 떼를 쓰거나)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아무리 어리더라도 말을 들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유아라면(만 2세부터 만 7세까지), 부모가 적절히 아이 눈높이에 맞게 상황을 반복적으로 설명해 줘야 합니다.
 
"엄마, 아빠는 이혼이란 걸 해서 따로 살게 되지만 네 잘못이 아니고 너와는 상관 없다"
"너와 엄마, 너와 아빠의 관계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또, 안심시켜 줘야 합니다.
 
"너는 엄마(또는 아빠)랑 함께 살지만 아빠(또는 엄마)랑은 언제든 네가 원할 때 만나고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엄마, 아빠는 늘 너를 사랑할 것이고 너에 대한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을 거야"
 
이와 같은 대화를 많이 할 뿐 아니라 손을 잡고 안아주는 등 스킨십도 많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다음 두 번째로, 민희씨와 태준씨는 지혜와 아빠의 정기적인 면접교섭을 안정적으로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지혜의 건강한 신체적·정서적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민법상 비양육친과 아이의 면접교섭은 비양육친의 권리일 뿐 아니라, 아동 자신의 권리로서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합니다.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9조와 제10조에도 아동은 부모와 떨어졌을 경우 정기적으로(on a regular basis) 관계와 만남을 유지할 권리(right to maintain personal relations and direct contact with both parents)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 4, 5세의 지혜 입장에서는 아빠를 보고 싶고 아빠와 함께 하고 싶은데, 언제, 어떻게 아빠와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혹시 아빠가 자기를 만나러 영원히 안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불안한 상황을 견디게 하는 것은 무척 해롭습니다. 정기적으로 매주 1일 또는 1박 2일 등 시간표를 짜서 아빠 면접교섭, 즉 아빠의 양육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예, ① 매주 토요일 하루, ② 매주 일요일 하루, ③ 1, 2, 3째주 토요일 오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1박 2일, ④ 2, 4째주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2박 3일 등).
 
나아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도 꼭 면접교섭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좋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은 각 가정에서의 문화적, 종교적, 도덕적, 규범적인 배경 내지 맥락이 있고, 부모가 서로 상대방을 볼 때, 특히 이혼한 입장에서 서로 상대방을 볼 때는 옳고 그름의 잣대로 비판적 입장에 서기 쉽긴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 쪽도 경험하고 아빠 쪽도 경험하면서 자라다 보면 사춘기,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어도 자기 나름대로 가치관이나 기준, 비판적 관점이 생기고, 무엇보다도 여러 다른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과 생각의 그릇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사재판에서 접한 부모와 아이들의 경우에, 정기적인 면접교섭과 특히 명절 등에 상호 상대방을 존중하는 면접교섭이 안정적으로 수행될 때, 그 장점이라고 느낀 것은 바로, 아이들의 자존감이 매우 높아지더라는 것입니다.
 
사실 그 부모들이 서로 얼마나 다르고 그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으며 서로 결국은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그 자녀들이 가장 잘 압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엄마와 아빠가 서로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파했는지, 누구보다 그 자녀들이 알고 느끼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런 엄마와 아빠가 자녀인 자신들만큼은 사랑으로 함께 지키겠다고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정기적인 면접교섭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을 볼 때, 자녀들은 그 부모들을 정말 더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고요. 자신들이 이렇게까지 그 부모들이 애를 쓰며 사랑해 주고 있는 정말 소중한 존재구나!라는 느낌을 아주 깊은 곳에 차곡차곡 쌓아가게 됩니다. 제가 본 그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에도 불구하고 자존감이 높고 밝고, 슬프지만 철도 일찍 들어가는 훌륭한 아이들이었습니다.
 
명절에는 어떤 식으로 면접교섭을 하면 좋을까요? 어떤 부모님들은 이혼 부모교육을 받고는 의욕이 앞서서 모든 명절에 엄마 집과 아빠 집에 똑같이 가도록 시간표를 짜오기도 합니다. 사실 명절에 양쪽 집에 다 가는 것이 경우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가능한 집도 있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들이 너무 피곤할 수도 있고, 이혼한 전 아내, 전남편끼리 매번 명절 당일마다 마주치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으니, 너무 강박적으로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가사재판 당사자들과 이혼 후 면접교섭(양육시간) 계획을 짤 때 주로 권하는 방법은, 설에는 이 쪽, 추석에는 저 쪽으로, 한 군데로 모는 것인데, 이를 홀수해, 짝수해로 나누어 설과 추석이 적절히 번갈아 배분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번거롭다, 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계획을 짜고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양육시간 나누어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시는 것이 당장 아이들 자랄 때 자존감에 굉장히 좋은 영향을 끼치고요. 언제까지 이렇게 피곤하게 지내야 하냐 싶지만, 사실 아이들이 커버리고 나면, 사춘기,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어도 애들이 주관이 생겨서 엄마 집이든 아빠 집이든 안 따라나섭니다. 명절에도 친구 만나러 가거나 집에 혼자 있고 싶어 하지, 부모님이랑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양쪽 다 안 따라나서는 시기가 이제 곧 와요. 아이들 아직 어릴 때 잠깐, 아주 잠깐만 우리가 이렇게 아이들을 사랑할 기회가 있는 거예요. 이 기회 놓치고 나면 아이들은 우리 곁에 영원히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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